Essay

취준생 일기 - 취업 준비 한달째의 다사다난했던 근황

재은초 2023. 8. 21. 15:59
반응형

※ 2015-03-28에 작성했던 글입니다아
 

어느덧 졸업을 하고 한 달이 지났다.

열심히 자소서를 썼고 얼마 안 되는 곳으로 면접을 보러 다녔다.

그리고 처음으로 쓴 자소서가 합격하고 면접에도 합격하면서 다음 달부터 인턴을 하게 되었다.

뭔가 얼떨떨했다. 너무 쉽게 이룬 것 같다는 생각에 몽롱할 때쯤 결국 인턴이 취소되었다.

사실 해외로 파견이 되는 인턴이었는데, 기업과 나를 매칭해 준 공공기관에서 다른 기업을 찾아보라며 설득했다.

기업이 현재 인턴을 들일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.

당황스러웠고 한편으로는 그 말에 동감했지만 나는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.

아마 이번을 놓치면 이런 기회는 다시 안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.

그러자 담당자께서는 학생이 가고 싶다면 말리지는 못하겠지만, ​만약 현지상황이 안 좋아서 불평해도 그때 가서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나를 설득했다.

그리고 나와 함께 파견 가기로 했던 동기들과 이야기해 본 끝에 결국 인턴을 포기했다.

생각해 보니 내가 참 바보 같다.

면접 보러 간 자리에서 당일 바로 교육을 받고 밤늦게까지 일을 시키는데도 그러려니 바보같이 너무 열심히 일했다.

그리고 사장님이 돈 받으면서 일 배울 생각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.

같이 일하던 동기가 회사를 욕하고 사장님을 욕하는데도, ​작은 기업이라 그런 것 일거라고 그래서 우리가 배울 것이 더 많을 거라고 사장님이 바빠서 그런 것 일거라고 달랬다.

나는 상황을 좋게 바라보려고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나의 성격이 장점인 줄 알았는데, ​나는 그냥 멍청하고 말 잘 듣는 노예였다.

인턴을 가지 못해서 슬프기는 했지만 그 여파는 오래가지 않았다.

오히려 그런 기업에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안심했고 이내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.

하지만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그것이 싫어서 한참을 자책했다.

친구들은 낯선 나의 모습에 내가 취업사기라도 당한 줄 알고 걱정했지만, 그냥 나는 너무 수동적이고 바보 같던 내 모습이 싫어 ​누구에게도 말하기가 싫었다.

나에게는 다른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할 몇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고, 어느 곳에서는 면접기회가 와서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만을 발견하고는 끝이 났다.

그렇게 한 일주일간을 멍하게 지냈다. 토익 800을 넘기겠다며 결연하게 다니던 학원에는 발도장만 찍었다.

 

그러던 와중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께서 연락이 왔다.

일이라고 하기도 뭐 하고, 그냥 한 때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이 으쌰으쌰 했던 동료였는데 거의 2-3년 만에 먼저 연락을 주셨다.

아는 지인이 인턴을 추천해 달라고 연락을 주셨는데, 네가 생각났다며 나에게 인턴을 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다.

유명한 곳의 정말 좋은 자리였고 누군가는 간절히 바랄 만큼 귀한 기회였다.​

​하지만 그 자리의 가치가 귀중을 떠나서 그 제의를 듣고 오랫동안 연락도 없던 나를 떠올렸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.

괜히 뭉클했다.

한 달 동안 내가 만난 사회인들은 열정페이를 강조하며 우리에게 열정적으로 가난하게 살기를 강요했다.

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나를 다그쳤고, ​남들보다 뒤처지면 그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며 무서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내가 더 열심히 일하기를 바랐다.

그리고 그 열심히를 가늠하는 척도는 돈을 받지 않고도 얼마나 더 남들보다 일하는 가에 맞춰져 있었다.

 

나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결국 면접장에만 가면 하찮은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.

그런데 이 세상 한편에서는 나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고마웠다.

아마 그분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때 정말 별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.

나도 너무 잘 알고 있다. 정말 단순히 일손이 부족하고 급하니 나에게 그런 말을 꺼내셨겠지만 그래도 너무 감사했다.

 

졸업을 하고 한 달이 지났다.

내가 졸업을 하고 백수가 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.

처음에는 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 보여서 그들의 관심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.

하지만 어떻게든 나를 도와주려는 지인들을 보며 내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강하게 느끼는 중이다.

 

이번 달이 지나가고 돌아오는 다음 달의 일정들을 짜면서, 괜히 다사다난했던 이번달의 감정을 남기고 싶었다.

나는 이 글을 쓰고 또 열심히 자소서를 쓸 예정.......... 힘을 내자!!!!!!!!!!!!!!!!!!!!!

 

반응형